徐志赫 서지혁

해피 해킹 키보드

01 Nov 2010

ETRI 발명캠프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샀다. 내 노력으로 얻은 돈으로 사니 기분이 배로 좋은데다 고가의 전자제품을 살 때마다 느끼는 의심도 없다. 단지 키보드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가지고 싶은 키보드들이 많아졌다는 게 단점이지만 말이다. 역시 아는 것이 병이다. 키보드 선택은 KBDMania 에서 도움을 받았다.

키보드를 쓰며 느낀 점을 말하자면, 한마디로 ‘도각도각’ 이다.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HHKB Professional 2 리뷰을 읽었지만, 이 말보다 더 HHKB의 키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. 소위 말하는 쫀득쫀득함은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. 아무튼, 키감은 대만족이다. 아직 다른 키보드들을 만져 본 적이 없는지라 이런 말을 하기는 급하지만, 역시 돈값을 하는 것 같다.

키보드에 문자 각인이 안 돼 있어 굉장히 불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, 무각 적응은 아주 쉬운 편이다. 평소 키보드를 보지 않고 타이핑을 하는 사람이라면 빨리 적응할 수 있다. 나름 생각해 본 무각인 모델의 장점이라면, 세벌식에 관심이 많지만, 컴퓨터에 입력되는 내용과 두벌식 자판 배열이 새겨져 있는 글쇠를 치는 것이 달라 세벌식으로의 정착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세벌식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. 두벌식 자판 배열이 새겨져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새로운 한글 입력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. 또, 글쇠를 찾는 데만 급급하여 글쇠를 2~4개의 손가락만으로 누르는 독수리 타법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.

글쇠 배열은 DIP 스위치를 적절히 조작해 주면 Windows에서도 보통 키보드만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. 참고로 나는 Windows 7에서 3번과 5번 스위치를 ON으로 설정해 놓고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. 3번 스위치를 올리면 기본으로 Del 버튼으로 할당된 키를 Backspace로 쓸 수 있고, 5번 스위치를 올리면 스페이스 바 열의 글쇠를 왼쪽부터 순서대로 Win-Alt-Spacebar-한/영(우측 Alt)-Win 글쇠로 할당시켜 일반 키보드와 최대한 비슷하게 쓸 수 있다. (올리지 않았을 때에는 Alt-Win-Spacebar-Win-Alt).

혹시 키보드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, 입문 키보드로는 아무거나 사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. 어차피 키보드에 발을 들인 이상 다른 키보드들에도 손을 대게 될 테니 그 순서는 상관없기 때문이다. 입문 키보드를 찾고 있으면 이미 키보드에 빠져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.